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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중앙은행의 디지털 정책 비교: 미국·EU·중국은 어떻게 다를까?

by 봄스푼 2025. 4. 17.

화폐는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돈은 사라지지 않는다.

현금 없는 사회가 가속화되면서, 중앙은행들도 ‘디지털 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라는 새로운 화폐 시스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특히 세계 경제의 주축인 미국, 유럽연합(EU), 중국은 각각 상이한 전략과 속도로 디지털 전환에 접근하고 있으며, 그 배경에는 경제구조, 정치체제, 기술 기반 등 다양한 요인이 얽혀 있습니다.

해외 중앙은행의 디지털 정책 비교
해외 중앙은행의 디지털 정책 비교

 

본 글에서는 이 세 나라(혹은 지역)의 디지털 화폐 정책을 비교하고, 각국의 전략적 차별성과 그 의미를 분석해보겠습니다.

1. 미국: ‘디지털 달러’는 신중하게, 민간 주도와 공공 안정성의 균형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디지털 화폐(CBDC)에 대해 비교적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Fed는 2022년 “Money and Payments: The U.S. Dollar in the Age of Digital Transformation”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달러 발행의 가능성과 리스크를 다각도로 검토했지만, 현재까지 공식 발행 계획은 없습니다.

미국의 신중한 접근은 몇 가지 이유로 설명됩니다. 첫째, 미국은 이미 달러화 중심의 글로벌 결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어, 새로운 디지털 화폐가 가져올 시스템 충격에 대해 매우 민감합니다. 둘째, 페이팔, 애플페이, 스퀘어 등 강력한 민간 결제 인프라가 발달해 있어 공공 부문이 성급히 개입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다만 미국은 디지털 화폐 도입이 필요한 시나리오—예컨대 위기 시 금융포용 확대, 글로벌 디지털 통화 경쟁 대응 등—를 대비해 기술적 기반 구축과 민관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뉴욕 연방은행은 BIS(국제결제은행)와 협력해 ‘Project Cedar’를 진행 중이며, 이는 도매형 CBDC의 국제 송금 효율성을 실험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디지털 달러를 단기적으로는 ‘옵션’으로 보지만, 중장기적 전략 자산으로 간주하고 철저히 준비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2. 유럽연합(EU): 디지털 유로화, 공공 신뢰 회복을 위한 ‘기본권 기반 설계’

유럽중앙은행(ECB)은 미국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며, ‘디지털 유로(Digital Euro)’에 대한 개발 로드맵을 실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3년부터 유로화 디지털화 프로젝트의 ‘준비단계(preparation phase)’가 시작됐고, 향후 2026년까지 실사용 시범 운영에 들어갈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EU의 디지털 화폐 추진에는 두 가지 핵심 배경이 있습니다. 하나는 민간 빅테크 기업에 대한 견제입니다. 구글페이, 애플페이 같은 미국계 플랫폼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상황을 유럽 자체 결제 인프라로 대체하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EU 시민의 프라이버시와 통화 주권 보호</strong입니다.

이에 따라 디지털 유로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습니다:

  • 기본적으로 소액 결제에 초점을 맞춘 소매형 CBDC
  • 개인 정보 보호와 익명성 보장을 중요한 가치로 설정
  • 기존 은행 시스템과의 공존 구조 설계 (이중 계층 모델)

즉, 유럽은 디지털 화폐를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닌, 통화의 ‘공공재’적 성격을 재확인하고 신뢰 기반 금융 시스템을 복원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3. 중국: 세계 최초 대규모 실험, 디지털 위안화는 통제와 효율의 도구

중국 인민은행(PBoC)은 주요국 중 가장 빠르게 디지털 화폐 도입에 나선 국가입니다. 디지털 위안화(디지털 인민폐)는 2020년부터 대규모 시범 사업에 들어갔고, 현재는 20개 이상 도시에서 실사용 테스트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디지털 화폐 전략은 매우 독특합니다. 먼저, 중국은 통화정책과 자본통제의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CBDC를 적극 활용하고자 합니다. 디지털 위안화는 기존 모바일 결제 플랫폼(알리페이, 위챗페이)보다 더 강력한 정부 통제가 가능하며, ‘프로그래머블 머니(지정된 목적 외에는 사용 불가)’의 구현도 가능합니다.

두 번째 목적은 국제 결제 시장에서의 위안화 경쟁력 확보입니다. 중국은 미국 중심의 SWIFT 시스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디지털 위안화를 크로스보더 결제 수단으로 확장하려 합니다. 실제로 2023년에는 홍콩과 아랍에미리트, 태국 등과 공동으로 CBDC 기반 국제 결제 시험(Pilot)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은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 금융기관과의 경쟁 구도 형성, 디지털 금융 인프라 불균형 등의 문제도 동반하고 있습니다.

마무리: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같은 방향 다른 속도

미국, 유럽, 중국의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정책은 각국의 경제 체제와 전략적 목표에 따라 다르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신중하지만 체계적으로 준비 중이고, 유럽은 공공 신뢰를 기반으로 제도화하려 하며, 중국은 통제력 강화와 국제 금융 주도권을 목표로 가장 빠르게 실험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화폐는 단순한 기술이 아닌 ‘화폐의 정의’를 다시 쓰는 과정입니다. 각국의 선택은 향후 글로벌 통화 질서와 금융 인프라에 깊은 영향을 줄 것이며, 민간 기업, 일반 소비자, 글로벌 투자자 모두 이 흐름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