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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격차의 원인: 금융자산과 실물자산 간 불균형이 만드는 세대 간 단절

by 봄스푼 2025. 4. 18.

자산 격차는 단순히 돈 많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차이로만 설명되지 않습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어떤 자산을 얼마나 오래, 어떤 시기에 보유했는지가 세대 간의 경제적 운명을 결정짓고 있습니다.

자산 격차의 원인: 금융자산과 실물자산 간 불균형이 만드는 세대 간 단절
자산 격차의 원인: 금융자산과 실물자산 간 불균형이 만드는 세대 간 단절

최근 한국 사회에서 자산 불평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실물자산(특히 부동산)과 금융자산(주식, 예금, 펀드 등)의 불균형은 세대 간 갈등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1980~90년대에 자산 축적이 가능했던 세대는 부동산 가격 상승의 수혜를 입었지만, 2000년대 이후 사회에 진입한 청년층은 상대적으로 금융자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자산 형성의 ‘출발선’ 자체가 달라졌으며, 정책의 효과성도 세대에 따라 상반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1. 부동산 자산 집중의 역사: 왜 기성세대는 실물자산 중심인가?

한국에서 부동산은 단순한 주거 수단이 아니라 대표적인 자산 축적 수단이었습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부동산 가격 급등과 2000년대 초반 수도권 중심의 개발 붐은 부동산을 보유한 세대에게 막대한 자산 이득을 안겨주었습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와 X세대(1965~1979년생)는 안정적인 직장을 기반으로 대출을 감당하며 서울·수도권의 부동산을 확보했고, 그 이후 수차례의 자산 상승 사이클을 경험했습니다. 이들의 주요 자산 구성은 실물자산이 70% 이상을 차지하며, 금융자산 비중은 낮은 편입니다.

반면,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중반~1990년대 중반 출생)는 취업난, 소득 불안정, 주거비 급등 등의 이중고 속에서 부동산 접근 자체가 어렵습니다. 특히 2015년 이후 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급등세를 보이며, 실수요자 중심의 대출 규제는 오히려 ‘현금 자산’이 풍부한 고령층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한 세대 간의 불만을 넘어서, 경제적 단절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성세대는 실물자산 보유와 함께 상승을 체감하며 부의 보존에 성공한 반면, 청년 세대는 금융자산 중심의 자산 형성 방식에 익숙하면서도 가격 등락의 리스크를 더욱 민감하게 경험하게 됩니다.

2. 금융자산 중심 세대의 불안정성: 자산 형성의 새로운 변수

최근 몇 년간 주식, ETF, 암호화폐 등에 투자하는 청년층이 급증하면서, 금융자산의 비중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전통적 부동산 중심의 자산 축적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소액으로 시작 가능한 금융시장 진입이 대안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금융자산은 실물자산과 달리 높은 변동성과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으며, 특히 정보 격차, 투자 심리, 단기 투기 등으로 인해 수익률 편차가 심하게 나타납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30세대의 금융자산 보유 평균은 증가했지만, 그 내역을 보면 고위험 상품 비중이 높고, 안정적 자산 축적보다는 단기 차익 실현 중심의 구조가 많습니다.

또한 청년층의 금융자산 확대는 자발적인 선택이라기보다는 ‘대안 없음’에 기인한 경우가 많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고금리로 인한 대출 장벽, 취약한 고용 환경 등이 결합되어, 실물자산 진입은 불가능하고 금융자산에 몰리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금융자산은 장기적으로 ‘주거 안정’이나 ‘노후 대비’에 적합한 수단으로 기능하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자산 형성 방식의 차이가 단지 경제적 결과의 차이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정치·사회적 갈등으로 확산된다는 점입니다. 동일한 정책(예: 금리 인하, 주택 보유세 조정 등)도 세대별 자산 구조에 따라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됩니다.

3. 정책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자산 구조 고려한 접근 필요

정부가 시행하는 자산 관련 정책, 특히 부동산 정책은 사회 전체의 자산 형평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자산 구조에 따라 그 효과는 매우 다르게 나타납니다. 대표적으로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대출 완화 정책은 2030세대의 실거주 진입을 돕는다는 명분이 있지만, 실제로는 신용점수와 소득이 낮은 청년층에겐 실질적 혜택이 제한적입니다.

또한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강화 정책 역시 시장 가격 조절에는 기여할 수 있으나, 기성세대의 자산 방어 논리에 부딪혀 실효성을 갖기 어렵습니다. 반면, 금융자산 관련 세제 혜택이나 장기투자 유인책은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에게 유리할 수 있으나, 실질적인 자산 격차 해소 효과는 미미합니다.

진정한 자산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다층적인 정책 접근이 필요합니다.

  • 1) 실물자산 접근성 확대: 청년층을 위한 장기 저리 대출, 공공임대 확대 등 주거 안정성 강화 정책
  • 2) 금융자산 안전망 구축: 고위험 투자로 인한 손실 방지 장치, 금융 교육 확대
  • 3) 세대 간 소득 조정: 상속세 개편, 자산 이전 과정의 공정성 강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중립성’을 가장한 구조적 편향을 바로잡는 것입니다. 과거와 현재의 자산 형성 조건이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를 기반으로 공정한 정책 설계를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결국 세대 간 갈등의 뿌리는 경제 구조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것이며, 실물자산과 금융자산 간의 접근성, 안정성, 수익성의 차이는 그 갈등의 핵심입니다. 자산 격차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삶의 기회와 불안정성,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세대 간의 양보가 아니라, 구조적 현실을 반영한 정밀한 자산 정책입니다. 자산 격차는 조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은 단기 정책이 아닌 장기적인 시각과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노력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