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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임대주택은 왜 항상 부족한가: LH와 지방정부의 공급 구조 분석

by 봄스푼 2025. 4. 20.

‘주택은 충분하다는데 왜 나는 들어갈 수 없을까?’ 공공임대주택을 원하는 서민들에게 가장 흔한 질문입니다. 언론은 공공임대 공급이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하지만, 정작 입주 대기자는 계속해서 늘어만 갑니다. 공공임대주택이 항상 부족한 이유는 단순히 ‘물량’의 문제가 아닙니다. 구조적으로 얽힌 예산, 제도, 주체 간 책임의 불균형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공공임대주택은 왜 항상 부족한가: LH와 지방정부의 공급 구조 분석
공공임대주택은 왜 항상 부족한가: LH와 지방정부의 공급 구조 분석

1. 공급이 지연되는 진짜 이유: 중앙과 지방의 엇박자

공공임대주택 공급의 가장 큰 주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입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입지 선정과 개발 인허가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입니다. 이로 인해 LH가 계획을 수립해도 지자체가 개발 반대를 하거나 협조를 미루면 착공 자체가 지연됩니다.

예컨대,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공공임대 비율이 높은 지역에 ‘집값 하락’, ‘학군 악화’ 등의 이유로 주민들이 반대 집회를 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는 정치적 부담을 피하려고 심의를 보류하거나 조건부 승인을 내세워 LH와의 협의를 지연시키기도 합니다.

또한 LH는 매년 중장기 공급계획을 발표하지만, 지자체와의 실무 협의는 사전에 구체화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착공률과 준공률은 목표에 한참 미치지 못합니다. 2023년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당해년도 공공임대 계획물량 중 실제 입주가 가능한 단지는 절반 이하에 그쳤습니다.

2. 예산 구조의 한계와 '공공임대 적자' 프레임

공공임대주택은 '공공성'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낮습니다. 하지만 매년 LH는 사업성과 재무건전성 지표를 충족해야 하므로,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사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정부가 예산을 대는 방식도 보조금 지원이 아닌 융자 중심이라 LH는 자체 차입을 통해 사업을 벌여야 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정치적 논란도 한몫합니다. 최근 몇 년간 ‘LH 투기 사태’와 ‘공공임대 적자 논란’ 등이 불거지며, 공공임대 사업 자체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가 떨어졌습니다. 그 결과 공공임대 확대는 ‘재정 낭비’라는 인식이 확산되었고, 정부 예산 편성에서도 후순위로 밀리기 일쑤입니다.

실제로 2024년 기준 국토교통부의 공공임대 관련 예산은 전년 대비 15% 이상 삭감되었으며, 지방정부의 예산 부담도 줄어들지 않아 일부 지자체에서는 신규 사업을 포기하거나 기존 사업도 축소하고 있습니다.

3. 실입주자 기준과 현실의 괴리: 제도 설계의 허점

공공임대주택은 취약계층을 우선 대상으로 하지만, 소득기준과 자산기준이 엄격하게 적용돼 정작 가장 필요한 사람도 탈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청년 1인 가구의 경우 소득이 낮더라도 일정 금액 이상의 금융자산이 있으면 탈락하며, 은퇴한 노부부는 소득이 없어도 보유 부동산 가액으로 인해 탈락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입주 자격 심사와 갱신 조건도 경직적으로 운용돼, 실제로는 소득이나 생활 여건이 충분히 변동된 가구가 계속 머무르는 반면, 진입이 절실한 새로운 대상자는 기회를 얻지 못하는 구조입니다.

또한 전세형 공공임대와 영구임대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민간임대 매입 방식으로 공급되는 경우 임대료 수준이 일반 시장가에 가까워져 ‘공공성’이 모호해지는 문제도 큽니다. 결과적으로, 공공임대라는 이름 아래에서 ‘누구를 위한 주택인가’라는 질문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결론: 구조적 개선 없이는 '공공임대 부족'은 반복된다

공공임대주택이 항상 부족한 근본 원인은 공급 자체의 물량보다는 시스템에 있습니다. 중앙과 지방의 책임이 나뉘어 조율이 어렵고, 예산 구조는 비효율적이며, 제도 설계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단기적인 공급 확대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중앙-지방 간 통합 계획 시스템 도입, 예산의 보조금 중심 전환, 그리고 입주자 선정 기준의 유연화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공공임대는 단순한 ‘주거복지’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핵심 인프라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