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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 GDP는 늘어나는데 왜 일자리는 줄어들까

by 봄스푼 2025. 4. 24.

GDP는 분명히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체감 경기는 좋지 않고, 무엇보다 일자리는 늘지 않는다.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이라는 표현은 더 이상 뉴스 헤드라인의 수식어가 아니라, 실물경제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자동화 기술이 보편화되고, 산업 구조가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고용 창출은 줄어드는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 GDP는 늘어나는데 왜 일자리는 줄어들까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 GDP는 늘어나는데 왜 일자리는 줄어들까

이 글에서는 고용 없는 성장의 구조적 원인을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1. 자동화 기술과 생산성 향상의 역설

디지털 전환은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 제조업에서의 로봇 공정, 서비스업에서의 챗봇과 무인 시스템, 물류 분야에서의 자동 분류 시스템까지. 이 같은 기술은 기업에게는 비용 절감과 효율화라는 장점을 안겨주지만, 동시에 '사람이 필요 없는 시스템'을 만들어낸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노동자의 20% 이상이 자동화로 인해 직무 전환의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저숙련 일자리는 대체 우선순위에 놓여 있으며, 그에 따라 고용률은 경제 성장률과 괴리를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제조업과 물류업 중심으로 자동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생산량은 증가했지만 고용 창출 효과는 정체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기술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오프라인 기반 서비스업마저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이는 대면 노동을 기반으로 한 전통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줄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2. 산업 구조 재편과 고용의 미스매치

두 번째 원인은 산업 구조의 재편이다. 전통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에서 첨단 기술 기반 산업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고용시장 전반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며, 전환 과정에서의 '일자리 공백'이 생기게 된다.

또한 고용 유발계수가 낮은 산업이 부가가치를 주도하는 것도 문제다. 예를 들어 ICT나 바이오 산업은 소수의 고급 인력 중심의 고임금 구조로 운영되기 때문에 GDP 기여도는 크지만 고용창출 효과는 낮다. 반면 고용 유발계수가 높은 전통 제조업이나 건설업은 상대적으로 정체 또는 축소되고 있다.

이로 인해 고용시장에서 '인력 미스매치'가 발생한다. 기업은 고숙련 인력을 원하지만, 노동 시장에는 준비되지 않은 인재가 더 많다. 특히 40~50대 중장년층, 저학력층은 새로운 산업에 편입되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실업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3. 비정규직화와 고용의 질적 저하

마지막으로 중요한 구조적 원인은 고용의 비정규직화이다. 기업들은 경영 유연성을 이유로 정규직 채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단기 계약직의 비중은 계속해서 늘고 있으며, 이는 '고용은 있지만 안정성 없는 일자리'를 양산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비정규직 비율은 전체 취업자의 약 37%에 이르고 있으며, 특히 20대와 60대에서 그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실업률을 낮추는 효과를 내지만, 장기적으로는 노동자의 소득 안정성, 소비 여력, 사회 보장체계 유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비정규직이 공식 고용 통계에 '취업자'로 집계된다는 점이다. 실질적인 고용의 질 저하는 드러나지 않으며, 이는 경제정책의 방향성 설정에도 왜곡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결론: 고용 없는 성장 시대, 대응 전략은 무엇인가?

한국 경제가 다시금 고용 친화적인 성장 모델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일자리 숫자를 늘리는 방식이 아닌, 고용의 질과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자동화에 대응한 직무 전환 교육, 신산업과 전통산업 간의 고용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 조율, 그리고 사회안전망 확충이 필요하다.

‘성장’이라는 숫자에 가려진 ‘고용’이라는 현실을 들여다보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분석이 아닐까. 고용 없는 성장은 한국 사회 전체의 소비 기반과 사회안정망을 약화시킬 수 있는 구조적 문제다. 이제는 GDP 외에 고용의 양과 질도 함께 바라보는 통합적인 시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