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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세대의 금융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

by 봄스푼 2025. 4. 27.

 

저축이 미덕이었던 시대는 끝났을까? 청년 세대는 더 이상 예금보다 주식, 코인, 심지어 리셀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청년 세대의 금융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
청년 세대의 금융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

전통적인 금융자산 운용 방식은 고금리 예·적금에 기반한 보수적인 전략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20~30대 청년층은 이와는 전혀 다른 행태를 보이고 있다. 고위험 고수익 자산에 대한 선호도는 높아졌고, 부동산 시장 진입은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금융 포트폴리오의 성격은 과거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구조적 사회경제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

1. 고위험 투자로 향하는 이유: 기대수익률과 미래 불확실성

청년 세대는 예·적금으로는 자산을 형성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수년간 0%대에 머물면서 은행 예금 이자는 실질적으로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했고,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러한 저금리 환경은 전통적인 자산 축적 방식의 무력화를 불러왔다.

한편,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정보 확산은 청년 세대가 주식, ETF, 비트코인 등 고위험 자산에 빠르게 접근하도록 만들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투자)’과 ‘빚투(빚내서 투자)’는 2020년대 초반 청년층의 투자 성향을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다. 물론 이들 중 일부는 반짝 성과에 그치거나 큰 손실을 경험했지만, 전반적으로 높은 기대수익률에 대한 선호는 여전히 강하다.

이러한 투자 선호의 이면에는 구조적 불안이 있다.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현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 불확실한 노후 등은 청년들이 장기적인 자산 안정성보다 단기 수익을 좇게 하는 심리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주식, 가상자산, 리셀 시장까지도 '투자의 영역'으로 인식되는 배경이다.

2. 부동산의 꿈은 멀어지고: 접근성 차단에 따른 포트폴리오 왜곡

한국 청년들이 가장 현실적으로 느끼는 경제적 장벽 중 하나는 부동산이다. 2020년 이후 급등한 주택 가격은 수도권은 물론 지방 중소도시의 진입장벽까지 높여버렸다. 청년들이 감당할 수 있는 월급으로는 '전세도 감당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고, 매매는 더더욱 먼 이야기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의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2021년 기준 약 10억 원을 넘어섰다. 사회 초년생의 연봉이 3,000만 원대 중반임을 고려하면, 자력으로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이러한 구조는 부동산을 포함한 포트폴리오 구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며, 청년들을 더욱 고수익·고위험 상품으로 몰아넣는다.

게다가 금융기관의 대출 규제 강화는 청년층의 레버리지 전략마저 차단해버렸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의 규제로 인해 소득이 낮은 청년층은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려운 반면, 부모로부터의 자금 지원 여부에 따라 부의 세습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금융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시작선부터 불평등이 존재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부동산이 빠진 청년 세대의 포트폴리오는 더욱 단기 수익 중심, 높은 변동성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자산 불균형, 계층 간 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3. 청년 포트폴리오의 변화가 던지는 정책적 함의

청년층의 금융 포트폴리오 변화는 단순한 세대 성향의 차이로 치부할 수 없다. 이는 현재 한국 경제 구조의 불균형과 정책 미비점을 반영하는 결과다. 그중 하나는 공공 금융 교육의 부재이다.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금융 지식에 대한 체계적 교육이 부족했고, 자산 관리에 대한 실질적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채널도 제한적이었다.

또한 청년층을 위한 정책 금융 상품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ISA, 청년희망적금, 청년우대형 청약통장 등의 상품이 있지만 실질적인 자산 증식 효과는 미미하다. 특히 예금·적금 위주 상품의 수익률은 기대 이하이며, 소득 요건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아 전체 청년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청년 세대의 위험 선호 현상을 단순한 투기 심리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경제 환경의 산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안정적인 부의 사다리를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중요하다. 예컨대, 저소득 청년층을 위한 공공 금융 포트폴리오 상담, 디지털 자산에 대한 제도적 규율 마련, 공유 기반 자산 축적 모델 개발 등이 그 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포용성이다. 금융 시스템이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누구나 접근 가능한 구조를 갖출 때, 청년층의 금융 포트폴리오도 균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청년 세대의 금융 포트폴리오는 더 이상 ‘안전한 예금’ 중심이 아니다. 변화한 투자 행태는 청년들의 생존 전략이며, 현재의 경제 환경이 반영된 결과다. 고위험 자산 투자, 부동산 시장의 진입장벽, 제도적 공백은 모두 이 포트폴리오 변화의 배경이다. 이 변화는 단지 청년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한국 경제 전체의 자산 축적 구조와 불평등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