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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의 차이, 실물경제에서 어떻게 체감되는가?

by 봄스푼 2025. 4. 15.

물가가 오르기만 하면 모두 인플레이션일까? 실업률이 높아도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수 있을까? 이번 글에서는 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의 차이
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의 차이, 실물경제에서 어떻게 체감되는가?

 

실제 경제 현상은 단순한 개념 정의로 설명되지 않는다. 특히 최근처럼 경기 회복이 더디고 소비자 체감 물가가 높을 때,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용어가 뉴스에 등장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은 분명히 구별되는 경제 현상이며, 그 차이를 실물경제 속에서 체감하는 방식 역시 다르다. 이번 글에서는 이 둘의 개념과 조건, 과거 사례와 현재 상황의 비교, 그리고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느끼는 변화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1. 개념의 구분: 인플레이션 vs 스태그플레이션

인플레이션(inflation)은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거나, 통화 공급이 과잉일 때 발생하며, 경제 성장과 일정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좋은 인플레이션’이라는 표현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임금도 함께 오르고 소비도 늘어나는 구조에서 물가 상승은 자연스럽고 예상 가능한 흐름이다.

반면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은 ‘경제 침체(stagnation)’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이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경기 침체 국면임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오르는 비정상적 조합이다. 실업률은 상승하고, 기업의 생산성은 낮아지며, 가계의 소비 여력은 줄어드는데도 물가는 잡히지 않는다. 이 상황은 경제 정책 수단을 복잡하게 만든다. 금리를 인하해 경기를 부양하려고 하면 물가가 더 오르고, 금리를 인상하면 침체가 더욱 심화되는 딜레마에 빠지기 때문이다.

즉, 인플레이션은 종종 ‘과열된 성장’의 산물이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은 ‘성장 없는 고통’이다.

2. 과거 사례와 현재 상황 비교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개념이 경제 담론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1970년대 초반 미국이다. 당시 두 차례의 오일 쇼크로 인해 원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제조업 원가가 급격히 상승했다. 동시에 미국은 닉슨 행정부 시절 금태환 중지(브레튼우즈 체제 붕괴)로 달러의 신뢰가 흔들리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졌고, 이와 함께 실업률도 상승했다. 1974년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1.0%에 이르렀고, 실업률도 8%를 넘겼다. 대표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사례다.

현재 상황은 이와 유사하면서도 다르다. 2020년대 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에너지 가격 상승, 통화 확대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이 나타났다. 하지만 초기에는 실업률이 낮았고, 소비는 억눌린 수요 회복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이후 금리 인상과 긴축정책으로 경기가 둔화되면서, '경기 침체 우려 속 물가 부담'이라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구조로 전환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에너지 의존도와 통화 정책 제약 등으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에 가까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한국 역시 금리 인상 속도와 내수 침체가 맞물리면서 유사한 구조적 부담을 안고 있다.

3. 실물경제에서의 체감: 일상생활 속 차이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소비자들은 물가 상승을 실감하긴 하지만, 동시에 임금 상승이나 자산 가격 상승 등의 보완 요소도 작동한다. 예를 들어 연봉이 오르거나 주식과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면 소비심리는 유지된다. 자산 보유층은 인플레이션 속에서도 실질소득을 방어할 수 있고, 기업은 가격 전가를 통해 이익을 유지하려 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오히려 경기 과열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반면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물가는 오르지만 소득은 정체되거나 줄어든다. 소비자들은 필수 지출(식비, 주거비, 공공요금 등)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반면, 여가, 외식, 내구재 구매 등 선택적 소비를 줄이게 된다. 실질 구매력 감소가 체감되며, 중산층 이하 계층은 더 큰 압박을 받는다. 자산 가격도 정체 또는 하락하는 경향이 있어, '소득도 줄고, 자산도 줄고, 물가는 오르는' 삼중고에 시달리게 된다.

실제로 2023년 이후 한국의 가계 소비 트렌드를 보면, 대형마트 매출은 감소한 반면 편의점과 중저가 유통 채널의 비중이 높아졌다. 또한 외식 대신 간편식 소비 증가, 명품 대신 중고 플랫폼 확산 등 소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졌다. 이는 경제 주체들이 ‘체감 침체’와 ‘고물가’를 동시에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마무리: 단어 하나 차이지만, 체감은 전혀 다르다

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은 모두 물가 상승을 수반하지만, 체감되는 양상은 전혀 다르다. 인플레이션이 성장을 동반한 물가 상승이라면, 스태그플레이션은 성장이 멈춘 상태에서의 물가 부담이다. 특히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더 고통스럽고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으로 느껴진다.

앞으로의 경제 정책은 이러한 체감 차이를 인식한 정밀한 대응이 필요하다. 단순히 물가 지표만을 보고 긴축을 지속하기보다는, 실질소득과 고용지표, 계층별 소비패턴의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지금은 단순한 '물가 문제'가 아니라, 경제 심리 전반을 다루는 '생활 체감 경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