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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 시대의 주거경제: 아파트 중심 구조의 한계 한국 사회는 지금 ‘1인가구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체 가구 중 1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34%를 넘어서며, 이는 3가구 중 1가구가 혼자 사는 가구임을 의미한다. 고령화, 만혼화, 비혼화, 이혼 증가, 청년층의 독립 등 다양한 요인이 맞물리며 전통적인 가족 중심 주거 모델은 빠르게 붕괴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인구 구조의 대전환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주택정책과 시장 구조는 여전히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다.대표적인 예가 아파트 중심의 주택 공급 구조다. 대규모 택지 개발과 중대형 평형 위주의 아파트 분양은 여전히 주거 정책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1~2인이 거주하는 소형 주택 수요와 뚜렷한 괴리를 형성한다. 특히 수도권이나 도심권에서 거주를 원하는 청년.. 2025. 6. 21.
정년 연장과 청년실업, 정말 제로섬일까 최근 한국 사회에서 정년 연장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기대수명이 80세를 훌쩍 넘기면서, 60세 정년은 이제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은 고령층의 경험을 살리면서 생산 가능 인구를 확보하기 위해 정년 연장을 고려하고 있지만, 청년층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노인이 일자리를 차지하면 청년은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불안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구조적인 현실에서 비롯된 것입니다.하지만 이러한 우려가 과연 '제로섬'이라는 전제에서 타당한 것인지, 혹은 정책 설계를 통해 상생 가능한 방향이 있는지는 보다 정밀한 분석을 요구합니다.본 글에서는 정년 연장과 청년 실업 사이의 관계를 다양한 경제 구조와 데이터를 통해 살펴보고, 양 세대 간 일자.. 2025. 6. 18.
2030세대는 왜 정규직을 피하는가 한때 정규직은 안정의 상징이었다. 부모 세대는 자녀가 공무원이나 대기업 정규직에 취업하기를 바랐고, 청년들도 그 목표를 향해 스펙을 쌓고 고시 공부에 매달렸다. 그러나 202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이러한 인식은 분명하게 달라지고 있다. “정규직이 싫어서 프리랜서를 한다”, “직장은 퇴근을 방해한다”, “월급보다 시간이 중요하다”는 말들이 더 이상 유별나게 들리지 않는다.한국에서 정규직 취업이 여전히 안정적인 경로로 간주되지만, 점점 더 많은 청년들이 그 안정성 대신 ‘자율성’을 택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직장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고정된 근무 시간과 장소, 위계적 조직 문화로부터의 해방을 추구하고 있으며, 자신만의 노동 경로를 설계하고자 한다. 이러한 흐름은 단지 개인의.. 2025. 6. 16.
유연근무 시대, 도시는 어떻게 변할까? - 부동산·교통·지역경제 파급효과 팬데믹은 단지 바이러스의 전염만을 야기한 것이 아니라, 인류의 일과 삶의 방식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특히 가장 극적인 변화 중 하나는 ‘직장은 반드시 출근해야 하는 장소’라는 전통적 인식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재택근무, 원격근무, 하이브리드 워크 등 유연근무제는 단기간의 일시적 조치에서 벗어나 이제는 하나의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직장인의 일과 삶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도시는 오랜 시간 동안 ‘출근’이라는 물리적 이동을 전제로 성장해왔다. 업무 지구가 형성되고, 출퇴근 교통망이 구축되며, 도시계획과 부동산 개발의 기준이 ‘일자리 중심성’에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 사무실 중심의 근무가 축.. 2025. 6. 13.
MZ세대가 바꾸는 노동시장: 워라밸, 자율성, 그리고 이직 시장의 변화 최근 한국 노동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는 ‘MZ세대’다.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이들은 이제 경제활동의 중심세력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그들의 가치관은 기존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노동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MZ세대는 단순히 ‘젊은 세대’로 분류되는 것 이상의 구조적 변화를 이끄는 주체다. 그들의 행동과 선택은 기업의 인사 전략, 조직문화, 그리고 국가 차원의 노동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이 글에서는 MZ세대가 왜 ‘다르게’ 일하는지를 분석하고, 그로 인해 노동시장이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를 세 가지 관점 — 워라밸 중심의 일하는 방식, 자율성에 대한 인식 변화, 그리고 이직과 커리어 전략의 구조적 전환 — 으로 나누어 살펴본다.1. 워라밸: ‘열정페이’에서 ‘나를 위.. 2025. 6. 11.
노동시간 단축이 진짜 일자리를 늘릴까 - 한국형 고용 탄성 분석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장시간 노동 국가로 오랫동안 평가받아왔다. OECD 기준으로도 상위권에 들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2018년 '주 52시간제'의 도입을 기점으로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정책의 도입 배경에는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 건강권 보호, 일과 삶의 균형 실현이라는 복합적인 목표가 있었지만, 또 하나의 중요한 명분은 바로 ‘고용 창출’이었다. 즉, 기존 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을 줄이면 비는 노동시간을 메우기 위해 신규 인력이 채용될 것이라는 ‘고용 탄성’에 대한 기대였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정책적 이상이 현실에서 작동했는지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이 글에서는 한국형 근로시간 단축 정책의 배경과 구조, 시행 이후 고용지표 변화, 그리고 노동시장 구조의 특수성에 기반한 고용 탄성의 현.. 2025. 6. 9.